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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홍 시인 / 바리캉

류근홍 | 기사입력 2021/12/15 [14:16]

류근홍 시인 / 바리캉

류근홍 | 입력 : 2021/12/15 [14:16]

 

▲ 류근홍 시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별과 달을 향해

치솟던 패션의 자유가 멈추고

윙윙 소리를 내며 바리캉이 낯선 길을 뚫는다

 

구부러진 철침처럼 팔짱을 낀 사내들

자유를 벌거숭이로 만드는 순간

응달에서 웃자랐던 민둥머리

각을 세우며 찬바람이 드나든다

 

숨 가쁜 국방부 시간

저마다 까칠한 영혼의 뒷면이다

 

한 날이 그냥 스쳐가고

또 한 숫자가 넘겨지는

긴장 속에서 내심의 뼈를 추려내는 일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가 일상이었다

 

가로막힌 긴 철책선 저 너머

총칼로 할퀸 상처의 흔적이 있다

 

새들은 막힘없이 하늘을 오가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피해

70년 동안 철책에 갇힌 숲과 동물들

 

피비린내 나는 구불구불한 길

경계병은 밤낮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다

사내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덜 깎인 고민을 물고서 바리캉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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