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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금 컬럼> 추석(秋夕)과 차례(茶禮)

강성금 | 기사입력 2021/09/09 [10:47]

<강성금 컬럼> 추석(秋夕)과 차례(茶禮)

강성금 | 입력 : 2021/09/09 [10:47]

 

 

  ▲ 강성금 / 안산시 행복예절관 관장

 

추석(秋夕)은 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말로 중추절(仲秋節), 한가위, 가배일(嘉俳日)이라 부른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고, 중추절이라 함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나누었을 때 추석이 음력 8월 중추에 해당하므로 붙은 이름이다.

 

한가위의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 말로, '가위'는 신라시대 때 여인들이 실을 짜던 길쌈을 '가배(嘉排)'라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추석의 시원(始原)이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 자료는 없다. 중국의 『수서(隨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에는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 라고 했고, 『구당서(舊唐書)』 「동이전」 신라조에도 “해마다 정월 초하룻날이면 서로 하례하는 예식을 여는데 왕이 잔치를 베풀고 또 해와 달의 신에게 절을 한다. 팔월 보름이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쏜 자에게는 상으로 포목을 준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신라인들은 산신(山神)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며 8월 보름날이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이 모여서 활을 잘 쏜다.”고 했다.

 

이처럼 신라시대에 세시명절로 자리 잡은 추석이 고려에서는 9대 속절(俗節;설, 정월대보름, 상사(上巳), 한식, 단오, 추석, 중구(重九), 팔관(八關), 동지)에 포함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추석이 설날, 한식, 단오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는 속제(俗祭;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茶禮’가 천삼백 회 이상 올려 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대부분의 사전에는 ‘茶禮’의 뜻을 “매달 초하루와 보름, 명절과 조상 생일에 간단히 지내는 낮 제사” 또는 “중국의 사신을 맞아 임금이 차를 대접하는 의식”이라 하였다. 차례와 제사는 그 의미가 사뭇 달라 제사에는 밥(飯)과 국(羹)이 올라가고 술을 올리지만, 차례에는 밥, 국 대신 명절음식(송편, 떡국)과 제철 과일을 올리고 차(茶)가 중요 제물로 올라가야 한다.

 

오늘날 이러한 명절에 국민의 대다수가 부모나 종가를 찾아 민족대이동을 하며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에는 과연 어떠한 차(茶)가 올라가고 있는가. 설이나 추석이 지나면 ‘차례 잘 지냈느냐’가 인사다. 사람들은 대다수 ‘주례(酒禮)’를 지내고 ‘잘 지냈다’고 대답한다. 요즘처럼 차가 흔하고 구하기 쉬운데도 천년이 넘는 ‘차례문화’가 현실사회에서 그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사 때는 위폐나 지방을 모시고 영가의 혼백을 위해 하늘과 땅에 술을 올린다. 그러나 설이나 차례 때는 죽은이의 영가를 모시는 날이 아니므로 술을 올리는 것 보다는 송편과 제철과일을 올리고 맑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을 올린다면 자연과 조상에 대한 충분한 감사의 예가 아닐까. 구지 술을 올린다면 후식으로 차를 올려야 진정한 차례(茶禮)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 왕실에서도 고유다례에는 술이 한 잔 올라가고 차가 한잔 올라갔다. 세상의 다변화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끔히 쓸어간다 해도 차례에는 차가 주인공이 되는 정서가 면면히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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