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미네르바의 부엉이

홍승철 | 기사입력 2016/04/18 [09:44]

미네르바의 부엉이

홍승철 | 입력 : 2016/04/18 [09:44]

 

 

▲     © 안산저널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발판위에 올라서서 문틈으로 불어오는 칼바람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황혼녘이 되어도, 고개를 되우 흔들어도 나래를 펴지 않던 미네르바의 부엉이였다. 오랜 시간 처마 밑 깊숙이에 짱 박혀있던 우리들의 부엉이가 비로소 나래를 펴는 것일까. 아무튼 샤갈과 함께 러시아의 설해림으로 블라디보스톡의 얼어붙은 항구에서 오지 않을 것 같던 배를 기다리던 위대한 인내심이 함성으로 이어졌다.

총선이 끝났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결과를 분석하면 지도자는 물론 나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는 지금 얼마만큼 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만이 배부른 돼지가 되어 포만감을 만끽한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인간 고유의 염색체를 보여주기 위해 나부터 변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속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이웃이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등의 추상적이고 진부한 관념에서 벗어나 나를 발가벗겨 보라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예스만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들은 무임승차자이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고개 하나 끄덕임으로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업적에 편승해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나는 없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조 행위가 결국 집단 편향성을 낳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드는 곧은 정신적 지주가 바로 휴머니즘이다.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한없이 나약한 듯 하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바른 삶에 대한 믿음이 인간 존재 안에 공통 분모로 살아 꿈틀거리는 이유다.

 현재 우리는 가치가 전도된 위기 속에 살고 있다. 빛은 어두울수록 빛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진리를 안다면 가치있는 삶의 태도를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오늘도 수도 없이 많은 눈동자를 생각하며 장벽 앞을 서성이고 있다.    

경제력이 발전할수록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자살률, 청소년 흡연률, 교통사고 사망률 등 불명예스러운 일이 세계 1위를 고수하는 이 사회의 문제점은 앞으로 우리들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사안이다. 얕은 물에는 큰 고기가 살지 않는 법. 꼼수가 꼼수를 부르는 고식지계가 결코 미래지향적 대안일 수는 없다.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역사 전반에 걸쳐 침탈을 당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

존재하는 그 무엇 하나도 인간 삶의 문제와 관련되지 않은 문제는 없다. 정치 지도자는 삶에 대한 진솔한 고뇌와 통렬한 성찰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보여준 셈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뿐만 아니라 나에게 더 필요한 메시지일 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늑대 이야기가 있다.

늑대 한 마리가 다른 늑대들의 두목이 되었다. 두목이 된 그는 음식이 모자랄 경우 서로 다투게 되리라는 생각을 했음인지 각자가 사냥해서 잡아들인 짐승들을 한데 모아서 평등하게 나누어 갖도록 하는 룰을 만들었다. 그런데 때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당나귀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늑대들의 행동이 매우 지혜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두목인 네가 엊그제 잡은 짐승들도 룰에 따라 다른 늑대들과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생물학적 먹이 사슬의 논리가 국제 사회에서 철저하게 적용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본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지만 든든한 것은 이야기 속의 관찰자,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참 모습이기에.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