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문학 치료’가 가능한 질병

홍승철 | 기사입력 2016/04/18 [09:46]

문학 치료’가 가능한 질병

홍승철 | 입력 : 2016/04/18 [09:46]
▲     © 홍승철


 

문학 치료’가 가능한 질병

    

    

(사)새한국문학회 이사장 이철호

    

    

  그것이 시나 소설이든, 또는 수필이나 희곡이든 어떤 문학 작품에 몰두해 읽다 보면 우선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을 잊어버리는 수가 많다.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역시 그렇다.

  이것은 문학 속에 현재의 자기 상황을 잊게 하면서 다른 곳으로 생각이나 마음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처럼 잊어버리게 하는 기능은 일시적이나마 마음속에 있던 걱정이나 근심, 불안감, 두려움 또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잊게 해주며 심신을 안정시켜 줄 뿐만 아니라 긴장을 완화시킨다. 그러면서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또한 문학에는 평소 마음속에 억압되어 있던 여러 가지 감정들을 해소시켜주고 정화시켜주는 작용, 즉 카타르시스(Catharsis) 기능도 있다. 특히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거나 슬픈 내용의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자신도 그 속에 동화되며 눈물도 흘리게 되는데, 이 눈물은 문학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 연민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뒤 다시 관객 자신의 연민과 공포심을 몰아낸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는데, 이것도 비극이 지닌 카타르시스 기능이나 정화 작용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비단 비극뿐만이 아니라 모든 문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고대 문학에 있어서는 문학의 이러한 카타르시스 기능이 생활 및 종교와 결부되어 더욱 활성화되어 있었다. 근대에 이르러 프로이트는 환자들이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최면 상태에서 다시금 회상해 봄으로써 신경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것을 ‘정화요법’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어떤 비극, 또는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내용의 문학은 실생활에서 자신이 직접 그것을 경험하게 된다면 싫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예술이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고, 설령 그 내용이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응어리들을 해소시키며 스스로 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의 이러한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처지를 잊게 하고 다른 곳으로 생각을 유도하는 기능이나 카타르시스 기능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고 갖가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정서 불안이나 사회적 불안, 우울증이나 ‘화병’, 지나친 분노심이나 폭력성 또는 공격성, 시험에 대한 불안이나 대인 공포증, 의욕상실, 자기불신이나 자학성, 말더듬이나 눌변 같은 언어 장애 등과 같은 갖가지 심리적 장애에 문학의 이러한 치유 기능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장애나 심리 상태와 연관이 깊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갖가지 질환, 이를테면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변비, 설사, 위장 질환, 심장 질환, 신경쇠약을 비롯한 신경 질환, 대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성기능 장애 등도 ‘문학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나아가서는 술중독, 담배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등도 ‘문학 치료’를 통해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암을 이기는 치료법으로도 효과적이다.

  여기에다 잘못된 성격이나 잘못된 생활 태도 및 이로 인한 갖가지 질병의 퇴치 수단으로도 좋으며, 사회적 부적응아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학업 성적 향상과 원만한 대인관계 및 출세에도 ‘문학 치료’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한다.

  특히 한방에서는 인간의 심리 상태나 감정, 또는 마음가짐이나 보유하고 있는 정신 질환이 인체의 모든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영향을 끼쳐 갖가지 육체적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갖가지 질병의 원인이 심신의 부조화 상태에서 기인하는 수가 많다고 본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질병의 원인이 심신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잘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때문에 고대 그리스 의학에서는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심신, 즉 육체와 영혼 또는 육체와 마음의 적절한 조화와 균현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심리학 이론 중에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란 것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속히 갈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도 깨뜨려 버리거나 심지어 그런 건물에는 불을 질러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소한 침해 행위가 있을 때 이를 속히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침해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골목길에 있는 어느 집 대문 앞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데 집주인이 이를 속히 치우지 않고 방치하면 어느새 그 집 앞에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이나 영혼에 빈틈이 생기거나 어떤 작은 병이 생겼을 때 이를 속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이것을 기회로 갖가지 정신적·육체적 질병이 몰려들기 마련인 것이다. 때문에 평소에 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을 자주 접하거나 어떤 마음의 문제 같은 작은 빈틈이 생겼을 때 이를 방치하지 않고 ‘문학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곧 작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더 큰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된다. 결국 문학은 정신적·육체적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나 다름없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