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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연/시인> 고향을 품어 본다

이기연 | 기사입력 2021/06/09 [13:18]

<이기연/시인> 고향을 품어 본다

이기연 | 입력 : 2021/06/09 [13:18]

 

 

  ▲ 이기연/시인

전북 임실 출생

춘천실업 대표

사단법인 문학에 신인상 수상

한양대학교 시문학 수상

 

오수역에 내리니 난전을 호령하던

 

하얀 국수 한올 목젖을 감아 당기며

 

아버지를 부르고 번데기는 고소함을

 

휘날리며 날숨을 빼앗는다

 

골목을 들어서니 돌담 구멍 사이로 날아온

 

장작의 하얀 마중 몸에 내려앉으니

 

아궁이의 가마솥 열리고

 

시래기 된장국 한 사발 밥상에 홀로 앉아

 

어머니를 부르는 구수함이 눈을 할퀴어

 

주르륵 짜낸다

 

마당에 구르는 동생의 발자국을 안고

 

아랫목 청국장 단지의 안내를 받으니

 

천장의 거미 쌍수를 겨눈다

 

아버지의 재떨이는 녹여 거미줄로 만들고

 

어머니의 밥상은 눅눅한 곰팡이로 만들어

 

안방을 가득 채운 거미

 

이제는 고향이라 품고 있다

 

마루에 걸 터 앉아 서울에 있는

 

어린 대머리 철수를 귓가에 불러 놓고

 

앞산 꼬리를 휘감고 흐르는 냇가는

 

아직도 어리다고 주섬주섬 일러준다

 

뒷산 머리 노을빛 물들기 시작한다

 

저벅저벅 골목을 걷는다

 

휘리릭 박새 한 쌍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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