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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시인.사진작가> 안산천에서 깨닫는 일상의 소중한 행복

김효경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1/06/09 [13:21]

<김효경/시인.사진작가> 안산천에서 깨닫는 일상의 소중한 행복

김효경시민기자 | 입력 : 2021/06/09 [13:21]

 

 

 

초록바람이 풀꽃들을 깨우며 달려가는 안산천에서 다정한 거위 부부가 아홉 마리 아기 거위를 거느리고 산책로를 따라 뒤뚱뒤뚱 봄날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안산천 중앙중학교 부근에 터를 잡은 거위 부부 한 쌍이 하천 한 가운데에 마련해 놓은 움막집을 드나들며 달달한 신혼을 자랑하더니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 아홉 마리 새끼들을 거느리며 산책 나온 안산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거위 가족은 풀을 뜯어 먹다가 졸음이오면 산책로 한 가운데에 배를 깔고 엎드려 꼬박꼬박 졸기 시작합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죄송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가위가족의 달콤한 잠을 방해 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건네며 오히려 풀밭으로 발길을 돌려 길을 걸어갑니다.

 

새끼 거위를 보살피는 어미 거위의 애틋한 모성애는 혀를 내 두를 정도입니다. 날씨가 춥거나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아기 거위들을 날개깃 속으로 모두 품어 안습니다. 날개가 비좁아서 한 마리가 삐져나오면 다시 날개와 다리를 들어서 새끼들을 품속으로 품으려 애를 쓰며 어미거위는 잠을 설칩니다.

 

가족을 보호 하려는 아빠 거위의 부성에도 눈길을 끕니다. 풀을 뜯어 먹는 새끼들과는 한 발짝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언제나 파수꾼으로 가족을 지키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던 사람이나 강아지가 가까이 오면 꺼어억~~ 소리를 내면서 목을 쭉 빼고 달려가 경계하고 공격하려고 합니다.

 

푸르고 연한 풀을 뜯어 먹던 거위들은 일제히 엄마 거위를 따라 하천으로 내려가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엄마거위를 따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새끼들이 목을 다 축인 것 같으면 엄마 거위는 물속으로 찰방거리며 들어가 아기 거위들을 부릅니다. 그러면 아기 거위들은 풍덩풍덩 한 마리씩 물속으로 몸을 던져 엄마거위를 따라 헤엄을 칩니다. 아마도 엄마 거위의 교육이 시작 된 모양입니다.

 

안산천은 동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곳입니다. 사람팔뚝만한 숭어가 산란철을 맞아 물가 풀숲에서 푸드득 거리면 백로와 두루미도 먹이를 사냥하다가 아홉 마리 새끼를 거느리고 헤엄치는 거위 가족을 부러운 듯이 바라봅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는 누릴 수 없는 과거의 그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유롭게 산책하고 퇴근 후에 뮤지컬을 보러 갔던 평범했던 일상이 그립습니다. 그땐 미처 몰랐지만 마스크 없이 살았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오늘입니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두기도 하지 않고 당당히 걸어가는 거위가족의 행복한 모습처럼 우리도 이웃과 오순도순 마음 나누며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절절히 버텨냈노라고 이야기할 그날을 꿈꿔 봅니다.

 ▲ 김효경 / 시인.사진작가
『문예사조』1998년 바람의 약속으로 등단
「타클라마칸의 바람개비」「사랑을 인화하다」「길들이 아득해 보일 때」외 다수 시집 발간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회장 역임
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기독교문인협회,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경기도문학상. 성호문학상. 외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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