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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옥선 컬럼> 제발, 집안일.. 출근 때, 집에 두고 오세요!

문옥선 | 기사입력 2021/07/22 [14:24]

< 문옥선 컬럼> 제발, 집안일.. 출근 때, 집에 두고 오세요!

문옥선 | 입력 : 2021/07/22 [14:24]

 

 

  ▲ BMC상담소장 문옥선

 

안산에 정착한 세월도 벌써 21년째,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근무처가 비록 개인병원이긴 하지만 20여 명이 지역의료를 위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며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있는 곳이다. 의료 인력 외에 중요 인력을 꼽으라 하면 주저 않고 청소와 식당의 소임을 맡은 분이라 말하고 싶다. 경험상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은 분이 많고, 자격지심으로 예민한 성격을 지니신 분도 간혹 있다. 또 이직도 많아 직원관리도 여간 힘들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오고 갔는데 요즘은 우리와 딱 맞는 분이 함께 하고 있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점심 한 끼 맛있게 먹는 재미(?)로 살아가는 직장인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낄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한때 원내식당에서 일하신 분으로 ‘정작 자신을 못 보는 사람’이 떠오르면서 상담실에서 열심히 ‘STAR 법’을 설명한 적이 있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더니 맨 날 ‘남의 탓’만 하고 있다.

 

7년 전, 주방에 새로운 ㄱ여사님이 출근하셨고 음식을 잘하셔서 초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했다. 산모 식도 짜인 식단표대로 아주 잘 해내셨고 점심 한 끼 먹고사는 직원의 점심 메뉴도 예전과 달라 다들 너무 좋아했다.

 

그전에 근무하시던 분의 음식 솜씨가 너무 없어서 고생을 한 직원들이 새로 오신 분을 너무 극찬했을까..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고 사용하는 언어도 거칠고 하면서 점점 불편해졌다. 식당은 두 분이서 알아서 운영하셨는데, 먼저 오신 목소리 크신 ㄱ여사님이 늘 갑질을 하니 ㅈ여사님은 아예 말도 못 붙이고, 소통이 안 되어 숨 막혀 하면서도 다른 조건들 때문에 근무를 하시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혔는지 도저히 안 되겠다며 퇴직하셨다.

 

정작 퇴직하셔야 할 분이 남아 있으면서 파트너가 계속 바뀌고, 주방에서 소리는 점점 커지고 해서 더 이상은 도저히 안 될 거 같다며 간호부장이 그분을 한 번만 상담을 부탁했고, 상담 후 근무 여부를 결정하자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사실 직원들은 그분의 퇴직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나는 그분의 음식 솜씨를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상담실로 안내된 식당 여사님은 이미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예전과 다르게 대했고 적대감만 맴돌았다. 난 늘 그분을 안타깝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 마음만 전하기로 했다. 우리 병원에 근무하면서는 안 좋은 감정을 유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산모 식단도 잘하시고 직원들 식사도 좋은 데, 뭐가 문제여서 그리도 퉁퉁 불어 말도 못 붙이게 늘~ 화가 나 있나요? 왜 집의 일을 들고 병원에까지 가지고 오나요? ”라고 하면서 “여사님, 출근 때는 집의 일은 집에 두고 오세요!”라며 정곡을 찔렀다.

 

이 말이 떨어지자 얼마 되지 않아서 그 기세당당한 표정과 변명하려는 모습은 사라지고 펑펑 우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과 가족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다. 오히려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ㄱ여사님은 바로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고 그 후로 3년을 함께 했다. 하지만 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는가. 불쑥불쑥 올라오는 그 성질 때문에 3년을 지내면서도 본인도 괴로웠을 것이다.

 

그날, 한바탕 울고 나서 바로 STAR 법의 원리를 알려드리면서 1.STOP! 멈추기만 해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게 된다. 그리고 남의 탓을 하지 말고, 화가 나면 ‘아~ 내가 화가 났구나’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너 때문에!’ 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괴로움이 없다..라고 이해시켰다. 하지만 그 습관(새살 버릇 여든까지!)은 쉽게 변할 수 없다. 알아차리고 일상에서 연습하면 10번 ‘욱’했다면 9번으로 줄고, 욱하고 자학했던 괴로움이 점점 없어진다. 3년은 꾸준히 맘 때 공부를 해야 한다(STAR 법). 일상에서 적용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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