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으로 들어서니
짖어대는 복실이를 나무라며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탁자엔 간식거리가 널브러져 있고
윗도리엔 음식물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누구세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토록 깔끔하고 총명했던 분
우린 말없이 사가지고 간 옷으로 갈아입혔다
아이처럼 히죽거리며 옷이 예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서툰 행동이 낯설다
열다섯에 시골에서 올라와 갖은 고생을 한 처형
남편 일찍 보내고 일남사녀 자식들 결혼시켜 잘살고 있건만
복실이와 함께 음습한 방을 지키고 있다
남은 인생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처형
막내 여동생 부부를 그토록 좋아했는데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두 눈은 그늘이 가득하다
문지방 너머로 쓸려나가던 발길은
오래전 문턱에 치여 비명을 지른 후 그림자만 드리웠다
어둠의 문턱을 넘고 나오는 발꿈치를
우리 부부가 붙잡고 있다
<저작권자 ⓒ 대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기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