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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홍/시인> 치매

류근홍 | 기사입력 2021/07/22 [15:52]

<류근홍/시인> 치매

류근홍 | 입력 : 2021/07/22 [15:52]

 

 

  ▲ 류근홍/시인

 

방문으로 들어서니

 

짖어대는 복실이를 나무라며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탁자엔 간식거리가 널브러져 있고

 

윗도리엔 음식물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누구세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토록 깔끔하고 총명했던 분

 

우린 말없이 사가지고 간 옷으로 갈아입혔다

 

아이처럼 히죽거리며 옷이 예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서툰 행동이 낯설다

 

열다섯에 시골에서 올라와 갖은 고생을 한 처형

 

남편 일찍 보내고 일남사녀 자식들 결혼시켜 잘살고 있건만

 

복실이와 함께 음습한 방을 지키고 있다

 

남은 인생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처형

 

막내 여동생 부부를 그토록 좋아했는데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두 눈은 그늘이 가득하다

 

문지방 너머로 쓸려나가던 발길은

 

오래전 문턱에 치여 비명을 지른 후 그림자만 드리웠다

 

어둠의 문턱을 넘고 나오는 발꿈치를

 

우리 부부가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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