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준목사 국제인성교육연구원 원장,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 고문

어느 직장인이 상담을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앉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회사를 향한 불평부터 쏟아놓았다. 그는 대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팀장이 공석중이라서 자기가 그 업무를 다 맡아서 하고 있었다. 머지 않아 본인이 팀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이 외부에서 팀장을 스카우트해왔다. 게다가 신임 팀장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적은 여자 변호사였다. 그도 팀원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결국 팀은 새 팀장을 따르는 부류와 자기를 따르는 사람으로 나뉘었고, 업무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못해 먹겠어요.”

물론 그가 보는 눈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장님 입장에서는 회사 내에서 쓸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외부에서 인재를 찾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회사 생각을 당신이 더 하겠습니까? 사장님이 더 하겠습니까?”

“그야 … 사장님이겠지요.”

“사장님이 그렇게 했을 때에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믿고 맡길 사람이 있는데 연봉을 많이 주면서까지 스카우트를 해올 사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대꾸하지 않은 채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팀이 나뉘면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도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없어요. 팀장이 중심이 되어야 해요. 팀장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싫겠지만, 내가 하라는 대로 한번 해보세요.”

고맙게도 그는 내 조언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음 날 그는 팀장을 찾아가 자신의 속마음을 다 표현하고 팀장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한마음이 되어 팀장을 도우면서 일을 해갔다.

연말이 되어, 그는 팀장의 추천으로 예년보다 서너 배 높은 성과급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팀장이 갑자기 유럽으로 발령을 받아 팀장 자리가 다시 공석이 되는데, 팀장이 그를 새 팀장으로 적극 추천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그가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 된 그는 우연히 팀원들의 신상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들이 자신보다 훨씬 좋은 학벌과 뛰어난 경력의 소지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드러내지 않고 순응하며 일하는 팀원들이 다시 보였다. 그는 이제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훌륭한 팀원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떤 일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세상은 자기가 높아지려고만 하지, 서로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생각을 바꿔 팀장을 도우면서 업무 흐름이 훨씬 좋아졌고, 사장님도 외부에서 데려온 팀장을 서포트해주는 그가 내심 고마웠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경영자의 마음을 헤아려서 같이 따라간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워진다. 내가 나를 세우려면 남을 끌어내려야 하지만, 남이 잘 하도록 돕는 가운데 내 자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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