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옷깃사이로 스며드는 새벽 아침. 이제 학교가 아닌 직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고 다시 퇴근길, 낮에 잠시 느꼈던 따뜻함은 어디로 가고 또 다시 추운 바람에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집으로 들이며 아버지의 구두를 발견한다. “아빠!” 하고 불러보지만 코고는 소리와 함께 집안의 따뜻함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내 기척에 잠이 깬 아버지는 식탁위에 만두를 가리키며 같이 먹자고 웃음을 보인다.
아침부터 아버지의 구두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던 마음은 오후가 되니 눈 녹듯 스르르 없어지고 내 생각만 하던 게 미안해서 되지도 않는 애교를 떨어보려 옆에서 수다를 떠니 싫지 않은 듯 웃으며 몇 마디 맞장구 쳐주더니 당신 졸리다 며 어서 들어가 자라고 방으로 내 등을 떠민다. 오늘도 아버지는 투박하게 내 걱정만 한다.
봄이 오면 아버지와 함께 운동화를 신고 꽃 구경, 나무 구경, 사람 구경하며 아버지의 구두에도 쉬는 날을 주어야지. 바람아 시샘 그만하고, 얼른 꽃을 피워줘. <저작권자 ⓒ 대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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